봄날은 간다!


뉴스100 김동초 기자 |

 

봄날은 간다!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열풍에 말려 둥굴게 휘어지는구나.

 

아무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그늘속을 첨벙이며

2시착 시외버스도 떠난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들판에 꽂혀있는 저 히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들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나무젓가락들은 두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행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인사!

 

흐린 알전구아래 엉망으로 취해버린 군인은

몇해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기억하지 못한다.

 

몇번인가 아이를 지울때 그랫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뿐

 

끓어않은 무릎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없이 떠오르고

소읍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가면 그뿐

 

숙취는 몇장의 지전속에 구겨지는데

 

몇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속으로 하나 둘 섞여들는지!


프로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