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발표는 왜곡되고 고인의 명예는 또 한 번 훼손됐다


뉴스100 김동초 기자 |

 

 

송기원/공정언론국민감시단원

하남시공무원을 죽음으로 몰고 간 당사자들은 도대체 낯짝의 두께가 얼마나 두꺼울까!


“조의를 표하는 국화꽃도 현수막도 현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을 하늘로 먼저 가게 해서 미안합니다. 혼자서 힘들어할 때 도움을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

 

한 가족의 가장이자 두 딸을 둔 아버지이며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인 故 이상훈 팀장의 추도식이 지난 3일 하남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동료들은 그가 떠난 것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말을 잊지 못했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터져나오는 눈물을 삼켰다.

 

슬픔은 남은 자의 몫이라고 한다. 맞다. 하지만 남은 자들이 슬픔에만 빠져있기에는 그의 죽음이 너무 억울하다. 남은 자에겐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진상을 밝히고 그와 유족의 명예를 되찾아야 하는 책임도 같이 남겨졌기 때문이다.

추도식보다 하루 앞서 하남시 진상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 연속되고 있다.

결과 발표전 조사단의 조사보고서(발표문)를 이현재 하남시장이 검수 후 수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단에 포함된 노조위원장도 수정에 대해 동의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확인됐다’는 문장이 ‘추정된다’로 수정되는 등 발표가 신뢰를 잃었다. 경찰에 제출하는 결과 보고서에는 변한 게 없고 발표문만 수정했다고 하지만 결과를 놓고 언론에 발표하는 과정에서 협의 후 수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왜 발표문과 경찰 제출 보고서가 달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조사내용에 시장 등 관계자들의 ‘검수’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 한 가지 논란은 사망원인으로 추정된 갑질 의혹을 받던 A씨가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는 점이다. 그는 “노조위원장이 내가 진술을 거부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는데 공식적으로 면담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은 팀장과 업무 협의를 할 일이 거의 없다”는 식으로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사단측 관계자는 “문서도 보냈고 담당 노무사가 전화를 안 받아 문자도 보냈다”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어느 쪽 말이 진실이든 어느 한쪽은 반드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술을 거부하는 것도 당사자를 조사하지 않은 것도 이번 진상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둘 중 한쪽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누구나 항변할 자유가 있다. A씨 또한 반박 보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고소당한 상황인데 조사발표만 보고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반박을 하는 점과 자신에 대한 항변이 아닌 ‘고인이 우울증이네’ 등의 왜곡 우려가 있는 내용을 담아 반박 보도문을 뿌린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사과는커녕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은 몰상식한 행동으로 보인다.

 

이현재 시장은 자신의 측근이라 알려진 일부 인물들의 악성 민원으로 인해 전도유망한 젊은 공무원이 생을 달리했다는 증언들이 상당하다. 당연히 이 시장은 사실 여부를 유족들과 시민들께 소상히 밝혀야 하고 또 이 시장 자신이 마땅히 지켜주어 할 직원을 지켜주지 못한 부하직원의 죽음에 대한 통렬한 사과와 책임이 뒤따라야 함에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무려 25일 동안 실시한 진상 규명 조사 발표문 일부를 임의로 수정했다는 사실이 맞는지 사실이라면 이는 가공 할 만한 명백한 범죄다. 발표문을 수정하거나 고인에 대해 사실 확인이 안 된 내용을 언급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공정하지 못하다. 이 시장은 이에 대해 무겁고 반성하고 또한 분명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만약 이를 외면할 시 시민들과 유족은 이 같은 사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한 사람의 꽃 같은 젊은이가 악성 민원으로 생을 버렸다는 사실이다.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최소한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알아야 한다. 죽음으로 몰고 간 당사자들은 도대체 낯짝의 두께가 얼마나 두꺼울까~ 화나기에 앞서 그냥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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